까미노 일지
★ 까미노를 결심하면서 (09. 4. 16 목)
4월 월간조선에서 까미노에 관한 글을 읽었다.
그 전에도 순례의 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간간히 들었지만 잡지에서 까미노에 관한 글을 읽고 이것이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나에겐 인생의 큰 전환기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직장생활도 1년 남짓 남아 있으니, 이제 남은 내인생에 무었을 할것인가를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으면 안될 시기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남은 내인생의 반을 위하여 새로운 시련에 도전하자고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안다. 00학교는 멋모르고 들어가서 숨가쁘게 지금 껏 살아 왔다. 우리의 숙명이 그랬듯이 안일한 길보다는 험난한 정의에 길을 가겠다던 그 길을 달려 왔듯이 남은 길도 최선을 다해서 가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가련다 까미노를.. 말도 안통하는 스페인 땅에서 10kg정도의 배낭을 메고 하루에 20-30km의 길을 걸으며, 옛 순례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미래를 생각하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소중하게 보낼 것인가를 설계하며 걸으려 한다.
그래서 지난 한 주 동안 인터넷을 두지며 자료를 수집하였고, 책방에서 관련 책자를 구입하여 고난의 행군에 필요한 것이 무었인지 정리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나는 모든 친구와 동료들에게 까미노를 이야기하면서 내결심을 굳혀 왔다. 그래서 이시간에도 난생 처음 보는 스페인어를 하려고 앉아 있다. 생존을 위하여...
★ 까미노를 결심하면서 (09. 4. 30 목)
맑고 시원한 아침이다. 아내는 언니들이랑 유럽에 여행을 떠나서 그런지 집안이 휑하다.
나의 까미노 준비는 마음의 준비에 이어 육체적인 준비를 병행해 간다.
그런 차원에서 1주일에 2회 이상 2시간 이상의 걷기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지난 토요일(4.25일) 새벽 6시에 일어나 06:30부터 5kg정도의 배낭을 메고 집에서부터 걸어서 검단산을 넘어 집으로 오기 까지 약 20km를 5시간에 걸쳐서 시도하였다.
처음 2시간 반 정도는 검단산에 이르기 까지 평지였다. 그래도 군에서 단련된 몸이라고 자신 했는데 역시 만만치는 않다. 쉬지않고 걸으려 했는데 힘이 들고 어깨도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여 2/3지점 버스정류장에서 쉬고 검단산 밑 휴게소 까지 12km 정도를 2시간 반정도 오나 산에 올라가기 싫어 졌다. 그래서 휴게소에서 커피한잔에 사과하나를 사먹고 발을 한참 주물러 준다음에 무조건 산으로 행 했다. 비온 후라 질퍽거리는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갈만 했다. 이번 검단산 코스는 좌측 능선으로 올라가서 에니메이션고 쪽으로 오던 것을 산곡초등학교 쪽으로 바꿔서 내려와 봤다. 경사가 급하였으나, 산수가 수려했고 길도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아름 다운 전원 주택들을 보며 피레네 산맥을 넘은 뿌듯한 기분으로 산곡초등학교를 지나 큰길가에 도착하니 1200가 다되었다. 버스들이 다니고 배도 고프고 걸을 만큼 걸었다 싶어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2시간 반에 걸쳐 간길을 25분만에...
어제는 전투체육의 일환으로 백봉산에 올라 갔다. 가면서 준비차원에서 K2에 들러 모자와 배낭도 구경하고, 기능성 속옷 한 벌도 사사지고 나왔다. 한 벌에 7만9천원 비싸다. 산길 4.5km를 빈 몸으로 올라 갔다 내려오는데 2시간 20분정도(올라가는데 1시간 20분, 내려오는대 1시간) 소요되었다. 4.22일 올라갈 때는 가볍게 올라 갔는데 오늘은 발이 무척 무겁다. 아마도 그저께 저녁에 일자산을 1시간 반에 걸쳐 갔다왔기 때문인가? 그래서 인지 저녁에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두어 시간 잤다. 그러니 좀 살 것 같았다.
목욕탕에 가서 몸무게를 재보니 2kg 정도 빠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 열심히 걷자. 그래야 몸무게도 줄이고, 까미노도 갈수 있지. 성공적으로...
★ 이미 까미노의 시작 (09. 5. 4)
평화롭고 조용한 월요일 아침이다.
참모들의 분주한 보고, 등 한참 동안의 북새통의 시간이 지나간 다음의 고요함이다.
지난 토요일 새벽 5시 새로 산 배낭에 5kg의 무게를 만들어 둘러 메고 집을 나섰다. 까미노를 가는 마음의 자세로...,
처음 한 두 시간은 괜찮았으나, 검단산 아래 도착하니 발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나 검단산 밑에 까지 왔다가 되돌아 간 역사는 나에겐 없다. 검단산 계곡에 발을 잠시 담그고 쉰 다음 검단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산을 오르면서 깨닳은 것이 있다. 내가 이짓을 하는 것이 무었 때문인가 ?. 불연 듯이 떠오르는 생각... 이것은 이미 까미노의 시작이다. 내가 스페인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까미노의 중반부 이후이고 이를 위하여 준비하고 땀을 흘리며 체력을 단련시키는 것 그것은 까미노의 시작이였다고...
어제는 골프약속이 있어 딸과 새벽 6시 미사에 참여하였다.
주보를 보니 “성 바오로 탄생 2000 주년 바오로의 해”라는 특집이 실려 있었다. 그 글 중에는 바오로가 사도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고통과 위험, 옥살이, 매질 등을 겪으며 전교한 내용을 고린도서에 솔직하게 표현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다가오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내면화 시킨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오로는 왜 자신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겼을까?.
누구나 피하고 싶었던 육체적 고통과 내적 갈등의 여정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었일까?
그것은 자신이 받은 소명이 “그리스도 예수님” 으로부터 왔다는 확신과 이를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의 열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약점과 고통을 하느님이 이루시는 놀라운 업적을 드러내는 도구로 인식하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와닿은 깨닳음이 있었다.
인생이란 어짜피 한번 왔다가 가는 것이고, 재물을 포함한 물건은 본시 내 것이 아닌데 내가 살아가는 동안 잠시 빌려 쓰고 가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이 세상을 살면서 예수그리스도와 같게는 아니지만 남아 있는 삶의 일부를 도우며 살아가야 하겠다는 마음,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하여 까미노의 고통을 즐기며 체득할 수 있는 마음을 갖어야 하겠다는 결심의 강화 등 이였다.
가자! 까미노! 이 모든 것을 위하여!
★ 까미노 지도 작성 (09. 5. 14)
까미노 전체 루트를 볼 수 있는 지도를 찿아서 정리하였다. 한눈에 내가 걸어야 할 길이 보이며, 마음으 새롭게 굳어 진다. 지금이라도 당장 갈 수 있을 것 같다.
안내 책자도 99% 이상 완성되 었다.
요도와 함께 올린 자료를 재정리하고, “두 여자의 까미노 순례” 등의 책자에서 알베르게 및 기타자료를 획득하였고, 까미노 순례자들이 올린 글에서 필요한 내용, 그리고 주요도시의 요도 등을 보강하여 정리 하였다. 만족스럽다.
어제는 체력단련의 일환으로 축령산과 서리산을 2사간 50분에 걸쳐 등반하였다. 1주일에 20km, 평일에 근교 등산으로 2시간 반 정도의 걷기 등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야 겠다.
덕분에 허리둘레가 줄고, 몸무게가 강소되는 듯하여 더욱 happy하다.
까미노 기다려라. 내가 내년 이때쯤 너를 맞이할 것이다....
★ 까미노 후기
내가 까미노를 다녀와서 정리하다 보니 준비하면서 느낀 기록은 단지 이 것 뿐이다.
기록을 더 많이 남기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출발하기 직전에 비행기가 뜨지 않았으면 했던 마음까지 기록 했더라면...
내 일생에 남을 큰 일을 하고 돌아 왔다. 3년 전에
갔다와서 그 감격을 글로 표현하기 어려워 3년을 마음에 담고 있다가 이제야 정리하기 시작 했다.
2013. 3. 27일 사순절 목요일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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