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산티아고 길)/까미노 준비

Camino(까미노)를 아시나요 ?

바람따라 발길따라 2010. 4. 2. 10:51

 

왜 까미노를 가려는가?

 

우리 나이 50대 중반, 이제 또 다른 삶을 준비할 때이다. 남아 있는 인생에서 무었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가 TV에서 어느 50대 후반의 의사부부가 모든 것을 접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활동 하는 다큐멘타리를 시청한 일이 있었다. 그 의사부부가 말하기를 “살아가는 인생을 크게 3등분 할 수 있는데, 첫 부분이 부모 슬하에서 성장하면서 대학까지 졸업하는 시기요, 두 번째가 일가를 이루고 의사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시기이며, 남아 있는 노년기가 세 번째 인생이라고 하면서, 남아 있는 인생을 봉사하는 삶으로 채우자고 부부가 약속하였다”고 하였단다. 그래서 그 부부는 잘나가던 병원운영을 접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오지로 떠나 하루에 몇 km 씩 정글을 헤치고 다니며 땀을 흘리며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의 마음을 아름답다고 느끼며 나도 기회가 된다면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이제 나도 그러한 때가 온 것 같다. 3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이제 사회로 진출하여 무었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심해야 하는 갈등과 혼란의 시기에 월간조선 4월호에서 “까미노”에 관한 기사를 읽고 결심한 것이 있다. 내가 사관학교에 들어가 한 달간의 인간이하의 고된 훈련을 통해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탈바꿈 되어 30여년을 성공적으로 살아 왔듯이, 남아 있는 또 다른 인생을 위하여 마음과 몸을 다잡기 위한 고행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행의 길이며, 800km가 넘는 “까미노”를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까미노란 ?

 

“Camino(까미노)”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을 줄여서 “까미노”라고 부른다. 까미노는 스페인어로 영어의 road(길)에 해당되고, 산티아고(santiago)는 성(聖) 야고보(Saint Jacob)의 의미로 “성 야고보가 걸은 순례의 길”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는 예수 열두 제자 중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성 야고보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이베리아반도, 지금의 산티아고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야고보는 헤롯왕에게 순교를 당하고 그 시신은 돌로 만든 배에 실려 바다에 띄워졌는데 그 배가 산티아고 부근 대서양의 바닷가인 “피네스트레”라는 곳까지 흘러갔고, 이를 야고보 추정자들이 발견하여 산티아고에 묻었다고 한다. 그 후 잊혔던 이 이야기는 수도승 ‘페라요’가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살아났고, 당시 로마 황제의 기독교를 중흥시키려는 정책과 맞물려 야고보의 무덤위에 산티아고 대성당이 세워졌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야고보의 무덤을 참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했으며, 이들을 ‘펠레그리노(pelegtino순례자)’라 불렀다. 특히 밤에 순례자들이 은하수를 따라 걸었다고 해서 ‘은하수 길’ 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은하수 길의 최종 목적지는 별들의 들판 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였다.

이 순례의 길은 15세기까지 번성했다가 다시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를 방문함으로써 다시 세상의 관심 대상이 됐고,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세계적인 각광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연금술사’의 저자인 “파올로 코엘료”가 쓴 “순례자”라는 책을 통해 많이 전파되었으며, 이 까미노를 걸은 사람이 2006년에 73명, 07년에 333명, 08년에는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자료는 까미노를 걷기 위해서는 순례자 협회에 등록할 때 국적을 적게 되는데, 바로 이 기록에 의한 숫자이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주요 루트로는 프란세스(Frances)길, 레반테(Levante)길, 마드리드(Madrid)길, 노르테(Norte)길, 인글레시 마리티모(Inglesy Maritimo)길, 프라타(Plata)길 등 이다.

이 길 중에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걷는 길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인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까지 807km에 이르는 프란세스(Frances)길이다. 이 길은 전체 순례자의 85%가 이용하며, 특히 6월에서 8월사이가 순례객의 60%이상이라고 한다. 이 길은 하루에 25-30km를 걸어 약 33일을 걸어서 가야하는 길이다. 생장의 순례자 협회에서 순례자의 증명서인 ‘크레덴샬’을 발급 받아야 순례를 하면서 숙소인 ‘알베르게’와 순례자를 위한 저렴한 식사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하루 숙박 및 식비로 20-30유로 정도로 33일 간 대략 1000유로 정도의 경비가 소요된다.

그러면 이 까미노는 안전한 길인가? 대답은 100% 안전하다고 한다. 산길에서 산적이나 길에서 노상강도를 당할 염려도 없고, 선천적으로 친절한 스페인 사람과 하늘을 나는 새떼, 마을의 개, 양떼와 소떼 등의 가축 그리고 아름다운 초록 빛 자연과 힌 구름, 바람 등이 길의 전부라고 한다.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이 까미노 800km를 걷는가?

이 물음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사람은 걸으면서 인간은 영원히 홀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떤 이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한없는 겸손, 그리고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단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다. 그러나 생의 한 순간만이라도 정직하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을 걷고 싶어 그 길을 걸었고 그 행복한 맛을 본 이도 있단다. 이렇게 800여 km를 걷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의 그 희열, 기쁨의 눈물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이 길을 다시 찿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다고 한다. 인간이란 어려운 환경에 처해봐야 서로 도울 줄 알고, 고마워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이 길이 캐톨릭 신자만을 위한 순례자의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와 나이, 남녀노소, 국적과 관계없이 함께 걸으면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에게 나누어주며, 대화하고 생각하고 즐기며, 고뇌하며 무었인가를 느끼며 걷는 길이라는 것이다.

 

까미노를 위해서 무었을 준비해야 할까 ?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여럿 있겠지만 그 중에 제일은 마음의 준비로 어렵지만 가야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굳히며,인 터넷과 책을 통해 그 곳의 지형정보와 기타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한 달여에 걸쳐 수집하고 정리하였다. 다음은 체력단련으로 이를 위해 주말에 한번씩 24-25km를 6시간 정도 걷는 연습을 지난 4월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인내할 만하다.

그러나, 까미노는 버리러가는 길, 생각을 정리하고 인생을 돌이켜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까미노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자기가 입고, 먹고, 생활할 최소한의 필수품을 등에 메고, 날씨가 좋으나 궂으나, 친구가 있으나 없으나, 때로는 바쁘게 어떤 때에는 여유자작하게 걸어가는 길, 그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인생길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때가되면 해결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고 최소한의 준비만으로 가려는 생각이다.

 

나는 갈 것이다. 내년 5월에, 혼자서... 누군가가 같이 가자면 그 친구와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