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산티아고 길)/까미노를 다녀와서

까미노를 다녀와서

바람따라 발길따라 2013. 3. 28. 09:16

 

미노를 다녀와서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 8ookm를 걷고 무사히 돌아 왔습니다.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밝은 태양아래 힌 구름과 산들바람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보리밭, 감자밭 등과 어울린 아름다운 이름 모를 꽃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일 뿐,  그길 은 흙, 자갈, 먼지 때론 비바람, 안개, 진흙 및 흙탕길.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와 땀과 갈증과 고통,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내와 갈등이 함께 어우러진 길이였다.

 

처음에 나는 이 길을 걸으며,  "살아온 삶의 흔적을 돌이켜 반성하고, 버리고 비운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알차게 하기 위해" 걷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갔었다.  그러나 걷다 보니 이러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당면한 현실 때문에...

말이 안 통하는 이국인들을 만나 친한 척 해야하고, 무었을 먹고, 어디서 쉬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발에 물집은 생기고 통증은 나타나기 시작하고...

 

몇 일 고통 속에 걷다보니 서서히 적응이 되며, 하나의 패튼이 생기기 시작 했다.

여럿이 함께자는 곳이기에 새벽 5시 경 일어나 남들이 자는데 방해되지 않토록 조용히 짐을 챙기고, 어제 준비했던 빵과 과일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6시전후에 엉뚱한 길로 가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어둠속을 부지런히 걸었다. 이렇게 5시간 내지 7시간을 걸어 매일 25~30km를 걸었고, 어떤 날은 40km를 걸은 날도 있었다.

  걷는 동안에는 묵주기도와 생각의 정리, 때로는 음악을 들으며, 또는 옆 사람과 이야기하며 걸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서는 숙소(알베르게)를 찿아 묵을 방과 침대를 정하고, 샤워와 빨래를 하여 다음날을 준비하고, 그 다음 그 동내를 한 바퀴 돌아 식사할 곳이 어딘지, 상점이 어딘지, 성당이 어디에 있고  몇 시에 순례자를 위한 미사를 하는지, 또 볼 만한 곳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이어서 내일 일정을 계획하고, 미사가 있으면 참석했다가 돌아와 옆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다음, 통상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을 자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걸으며 가장 감명 깊게 느낀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 였다.

   20여일 쯤 걸었을 때,  좌측 발목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3~4일 동안을 고통을 이기며 걷다가 도저히 걷기가 힘들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보험이 않되어(가기전 보험을 들고 갔는데 몰랐다) 정밀 점검은 못하고 육안으로만 보더니, 3일 동안 걷지 말고 기브스 하고 누어있으라며,  처방전만 끊어 주었다.  다행히 그 약을 먹으니 통증은 어느 정도 가라 안고 걸을 만 했었다. 또한 날씨는 4일째 계속 가랑비가 내려 우의를 두르고 걸어야 했기때문에 몸에 땀이 차고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상태였으며, 땅이 질어 신발에 흙이 묻어 발은 천근 만근의 무게를 느끼는 고생스로운 날 이였다. 

  그 날 그러한 산길을 내려오면서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짐이 무겁고 날씨가 아무리 안좋아도 내가 걷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나의 십자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예수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신 내용이 떠올랐다.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마태 26.39)

 

예수그리스도는 전지전능하신 신의 아들이면서 왜 십자가에 매달려야 했는가?

그 것은 하느님의 명령이었고, 이에 예수님은 죽음으로 순종하시였다.   그 길은 예수님 아니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이였기에...

  이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가 한 발자국도 걷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듯이 내 인생에 있어서도 내 십자가는 나 아니면 누구도 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배낭에 짐이 많으면, 내 발걸음이 무거워 지듯이 짐  즉, 내 십자가를 먼저 가볍게 하자.  물건에 욕심부릴 것도, 세상일에 너무 억매여 마음 상할 것도, 남을 미워하거나 질시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은 자기 몸을 희생하여 인간의 죄를 구했듯이 나도 살아 있는 동안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직접 몸으로 뛰어 어떤 사람을 위해 직접 도와주는 것, 또 하나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가는 일을 하는 것,  마지막 하나는 정치가와 같이 선정을 베플어 국가나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마지막 것은 나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첫번째 일도 내 성격에는 맞지 않으니 두 번째의 봉사 방법을 찿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해지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 가면서 내 십자가를 가볍게 하기 위해 노력하며, 봉사하는 삶을 갖어 보자고....

이것이 고통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얻은 값진 교훈이였다.

 

 

                                                                                                                     - 2010.6.27  까미노를 다녀와서의 마음 -

 

♧ 까미노 순례 여정

5.17 (1일차) 생장도착/오리손이동 (5.2km)

5.18 (2일차) 오리손~론세스바에스 (5.2~24.8km)

5.19 (3일차) 론세스바에스~쥬비리 (24.8~46.3km)

5.20 (4일차) 쥬비리~팜플로나 (46.3~68.9km)

5.21 (5일차) 팜플로나~푸엔테 레 리이나 (68.9~93.3km)

5.22 (6일차) 푸엔테 레 리이나~에스테야 (93.3~114.4km)

5.23 (7일차) 에스테야~토레스 댈 리오(114.4~143.3km)

5.24 (8일차) 토레스 댈 리오~로그로뇨(143.3~163.9km)

5.25 (9일차) 로그로뇨~아조프라(163.9~199.1km)

5.26 (10일차) 아조프라~그라뇬(199.1~221.3km)

5.27 (11일차) 그라뇬~아게스(221.3~265.9km) 41km주파

5.28 (12일차) 아게스~브르고스(265.9~287.9km)

5.29 (13일차) 브르고스~온따나스(287.9~319.2km)

5.30 (14일차) 온따나스~보이야 델 까미노(319.2~348.7km)

5.31 (15일차) 보이야 델 까미노~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348.7~375.2km)

6.01 (16일차)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테라디요스(375.2~402.0km)

6.02 (17일차) 테라디요스~칼자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402.0~428.9km)

6.03 (18일차) 칼자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만실라(428.9~453.4km)

6.04 (19일차) 만실라~레욘(453.4~470.2km)

6.05 (20일차) 레욘~프레스노 델 까미노(470.2~481.2km)

6.06 (21일차) 프레스노 델 까미노~아스트로가(481.2~523.4km)

6.07 (22일차) 아스트로가~폰세바돈(523.4~550.6km)

6.08 (23일차) 폰세바돈~폰페리다(550.6~581.0km)

6.09 (24일차) 폰페리다~뻬레헤(581.0~613.0km)

6.10 (25일차) 뻬레헤~오세브렐리오(613.0~634.7km)

6.11 (26일차) 오세브렐리오~트리아까스텔라(634.7~655.4km)

6.12 (27일차) 트리아까스텔라~사리아(655.4~680.4km)

6.13 (28일차) 사리아~포트마린(680.4~703.3km)

6.14 (29일차) 포트마린~팔라스 데 레이(703.3~729.4km)

6.15 (30일차) 팔라스 데 레이~아르주아(729.4~758.8km)

6.16 (31일차) 아르주아~아르카 도 피노(758.8~778.0km)

6.17 (32일차) 아르카 도 피노~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798.4km)

6.18 (33일차) 산티아고→피네스테레 (버스이동)

6.19 (34일차) 피네스테레→산티아고 (버스이동)

6.20 (35일차) 산티아고→마드리드 (11:10 비행기)